한국사회학회는
사회학의 학문적 발전과 교류의 장을 열어갑니다.

학회장 인사말

Korean Sociological Association

2020년 한국사회학회장 취임사:
"한국 사회학, 이대로 좋은가?"

이 취임사는 사회학자로서 제 자신의 반성이자, 지난 10년간 한국 교양교육 학계 활동을 통한 제 자각의 단편입니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마치고 1989년에 성균관대학교 교수로서 학자의 길을 내딛던 그 해와 이듬해에 걸쳐 한국사회학계는 파열음을 내고 쪼개졌습니다. 사회변혁의 최전선에 서고자 했던 진보이론가들에게 기존의 표준사회학은 가치중립성을 애써 강변하는 강단학문에 불과해보였던 것입니다. 1980년대 중반 한국사회의 치열한 변혁운동 시기를 해외에 머물던 저의 입장에서, 이런 상황은 낯설고 당황스러웠지만, 한편으론 다행스러운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그러곤 30년이 흘렀습니다.

한동안 한국 사회학계는 상당한 외형적 성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학은 얼마나 발전한 것일까요? 진보사회학자들의 규범적인 거대담론이 공허한 만큼, 표준사회학자들의 경험주의 연구도 사회와 유리되긴 마찬가지 아닌가요? 양 진영의 분리는 서로의 연구 주제와 방법론에 대한 멸시로 인해, 이후 한국 사회학의 발전에 상당한 걸림돌이 되어 온 것으로 보입니다. 주장만 창대한 좌파의 연구나 변수 하나에 통계적 유의미성이 좌우되는 우파의 연구 모두,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입니다. 사회학의 정의를 생각해 볼 때, 현재 한반도의 남쪽에 살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상에서 관심을 두고 있는 현상과 구체적인 문제들에 대해 우리는 제대로 답변을 제시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강의실에서 제자들에게 어떤 교육을,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제가 생각하기에, 이대로는 한국 사회학계의 앞날이 그리 밝지 않습니다. 전국적으로 사회학과는 위축되는 추세입니다. 대학원은 정원도 못 채우고 있습니다. 사회학을 전공하고 배출되는 학생들이 전공을 살려 사회로 나가는 경우가 얼마나 됩니까? 아니, 취업은 제대로 합니까?

저는 2020년 1년간 여러 회원 교수님들과 한 가지 고민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첫째, "앞으로 10년 뒤에 대한민국 사회학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 것인가?"
둘째, "내가 속한 사회학과는 과연 유지될 것인가?"

사회 여러 부분에 AI의 침투 속도가 예상보다 매우 빠릅니다. 학문공동체에도 큰 여파가 밀려오고 있습니다. 이공계와 자연계를 필두로, 융합이 대세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사회학의 정체성만을 내세워서는 유지가 어려울 것입니다. 연구와 교육에서, 타학문과의 융합과 사회학 세부 영역간의 융합이 요구됩니다. 보수적인 영국 대학들의 사회학 교육도 복수전공과 주제 중심의 융합교과목이 대세입니다. 싱가폴 NTU(난양공대) 사회학과는 전교생들에게 융합적 교양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주 임무입니다. 교육방법론도 혁신이 필요할 것입니다.

2020년 한 해 동안, 교수님들의 연구는 그대로 지속되더라도, 교육에서만은 변화의 움직임이 일어나기를, 또 그것을 기반으로 우리의 교육과 연구에 대한 고객이 증가하여 사회학의 대중성이 확장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유홍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