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Sociological Association
2023년 한국사회학회장 취임사
사회학회 회원 여러분,
코로나19 팬데믹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생각입니다. 2020∼2021년에는 개최하지 못한 정기 사회학대회에 많은 회원이 모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회원 모두가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실내 마스크 의무착용’도 해제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새해에도 회원님 모두 건강과 평안
누리시길 기원합니다. 포스트 팬데믹 원년이라 할 수 있는 2023년에는 제가 학회 운영을 맡아 회원님의 연구와 교육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국사회학회는 1956년 설립 이후 꾸준히 성장해 왔습니다. 한국사회학회의 규모가 커졌고, 분과 세션 수도 꾸준히 늘었으며, 회원들의 연구 분야도 전문화되어
왔습니다. 그렇지만 연구 분야별 전문화가 연구 분야 간 파편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어하는 게 필요합니다. 한국사회학회 회원들의 서로에 관한 관심과 대화가
줄어드는 것은 한국사회학의 위기 징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사회의 분열과 혼란을 넘어 공존과 통합을 지향하며 출범한 사회학 연구자로서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사회학회 회원들의 학회 활동 참여가 더욱 요망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사회학회는 2017년 이후 연간 한 차례 정기 사회학대회를 개최해 왔습니다. 2016년 총회에서 그렇게 결정한 것은 분과 및 지역 학회의 활성화를 꾀하려는
목표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 판단으로는 그 목표가 성공적으로 달성된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정기
사회학대회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 이외 지역’에서 한 차례도 개최되지 않았습니다. 인접 사회과학 학회들이 매년 여러 차례 경향 각지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하며 회원들의 적극적 참여를 고취하는 것과 대조되는 상황에 있습니다.
올해 총회에 정기 사회학대회를 전기(여름), 중기(가을), 후기(겨울)로 나누어 세 차례 개최하는 방안을 안건으로 올렸습니다. 내년에는 6월 전주, 8월
부산, 12월 서울에서 세 차례 사회학대회를 개최할 계획입니다. 1년 내내 분산되어 개최되어 온 한국사회학회 행사를 사회학대회로 모으고, 동시에 회원들이
자발적 참여 기회를 대폭 확충하려 합니다.
2023년 한국사회학회의 기조와 방향을 ‘파편사회 극복의 사회학’으로 정했습니다. ‘사회의 파편화’를 ‘개인적 사회관계’(대인관계)와 ‘비개인적 사회관계’(체계) 양자에서 분절 또는 분열이 일어나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하면, 그것은 사회적 관계가 작은 부분들 또는 개인들로 세분되어 소외나 연계의 약화·단절이 일어나는 상태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파편사회는 여러 사회관계와 삶의 영역들에서 사회분화가 심화하고 또 위계화와 균열이 나타나 파편화가 진행되고 있는 사회를 가리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사회의 파편화’를 더욱 심화시켰습니다. 그렇지만 ‘사회의 파편화’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 자연스레 해소될 성질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사회체계의 급진적 전환에 따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포스트 팬데믹 원년인 2023년에는 파편사회 극복을 위한 대안적 제도와 정책을 제시하는 사회학의 유용성을 입증할 기회가 열린다고 판단합니다. 사회학은 사회관계의 두 가지 차원(체계와 대인관계)에서 진행되는 파편화의 이중적 효과들 또는 복합적 양상들을 해명하고, 그 차이에 주목하여 문제점과 그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사회학이 추구해온 이상적인 학문공동체는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하면서, 대화와 토론을 통해 차이를 넘어서는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파편화된 현대사회를 반영하여
한국사회학회 회원의 파편화 양상이 발견되기는 하지만, 사회학자들이 추구하는 학문의 이상을 고려할 때 그것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23년 한
해 동안, 한국사회학회는 ‘파편사회 극복을 위한 사회학의 역할’을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2023년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맞이하여, 한국사회와 한국사회학이 다 함께 발전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새해에도 한국사회학회에 대한 회원님들의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