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학회는
사회학의 학문적 발전과 교류의 장을 열어갑니다.

학회장 인사말

Korean Sociological Association

2025년 한국사회학회장 취임사임운택

존경하는 사회학회 회원 여러분.

한국사회가 다시 격동의 시기에 빠져 있을 때 한국사회학회 회장이라는 막중한 소임을 맡게 되어 마음이 무겁습니다. 발전국가의 쇠창살을 벗어날 즈음 다시 일그러진 권위주의가 사회의 자율성을 가두려 하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12.3. 비상계엄에 맞서 우리 사회는 권위주의의 야수성에 결코 무릎 꿇지 않는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시민사회의 역량과 회복력은 다시 연구자들에게 과제로 남겨지게 되었습니다. 거리의 실천이 냉철한 지성과 만나 안정적인 민주사회를 구축하는 것은 고전사회학부터 현대사회학자들이 마주한 숙명과도 같은 과제였습니다.

다양한 이론적 갈래에도 불구하고 사회학은 그 탄생부터 현대사회학 이론까지 역동적인 경제성장에 기반을 두고 발전해 왔습니다. 다시 말해서 근대사회는 성장사회를 당연한 것으로 이해했으며, 성장이 야기한 제반 사회문제는 최근까지 근대성 혹은 다중 근대성의 이름으로 연구됐습니다. 20세기 후반에 이미 성장사회 위기의 징후들이 가시화되었고, 우리에게 익숙한 하버마스, 벡, 기든스, 부르디외, 푸코, 라투르, 세네트, 에치오니 등 다양한 학자들은 20세기 후반 성장사회의 균열을 다양한 방식으로 진단한 학자들이었습니다. 이들 다수는 성장사회의 과실은 다른 방식의 근대화로 보완이 가능하다고 보았던 세대입니다.

21세기 오늘날의 사회는 가속화의 동력을 배경으로 인구, 기술, 기후, 불평등, 이주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다중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20세기 후반부터 반복해서 발생한 경제위기는 단순한 국면적 위기를 넘어 사회학 이론이 기반을 두었던 성장사회의 터전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학기술의 발전, 특히 디지털 기술의 총아로 AI가 초래한 노동사회의 위기는 기존에 익숙한 사회의 조직과 제도를 빠른 속도로 해체하고 있습니다. 나아가서 전지구적 기후변화는 인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저성장과 기후변화는 사회학 역사에서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과거 사회학 이론이 뿌리내리고 있었던 성장사회는 더 이상 가능하지 않기에, 이제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올해 한국사회학회의 기조와 방향은 <포스트 성장시대의 사회학의 과제>로 정했습니다. 성장 패러다임에 기반한 기존의 사회학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고, 성장 이후의 사회, 즉 포스트 성장사회에 대한 비전을 탐색해 보고자 합니다. 그러한 전망에서 민주주의, 노동, 복지국가, 지역사회, 젠더, 생태전환 등의 문제를 재조명하는 기회를 가지고자 합니다.

전기 사회학대회는 계명대에서 ‘지방소멸’이 아닌 <지역사회의 회복력>이라는 주제로, 후기 사회학대회는 한양대에서 <포스트 성장사회와 사회학의 과제>라는 주제로 개최하고자 합니다. 항상 그렇듯 회원님들의 열띤 참여가 필요합니다.

지난해에 우리 사회학계가 아픔을 겪었듯 지역의 사회학과는 여전히 위기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전기사회학대회에서는 '사회학과 지역사회학과의 위기'에 대한 성찰과 대안을 논의하는 자리도 마련해 보겠습니다.

올해는 2027년 광주에서 열릴 예정인 세계사회학대회를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여름에는 모로코 라바트에서 열리는 5차 세계사회학회 포럼에서 한국준비위원회와 홍보활동에 노력하여 2027년 세계사회학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새해에도 한국사회학회 회원님들의 따듯한 애정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제 67대 한국사회학회장 임운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