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학회는
사회학의 학문적 발전과 교류의 장을 열어갑니다.

학회지 Vol.57 No.2

1 부패의 원인에 대한 사회학적 설명: 화이트칼라 범죄의 거시 이론 모형 적용

신동준

  

2023. 05.

부패, 화이트칼라 범죄, 아노미이론, 기회구조, 사회연결망

이 글은 부패를 화이트칼라 범죄의 한 유형으로 보고 문화와 사회구조의 차원에서 거시 설명모형을 제시한다. 먼저 아노미이론과 기회구조 개념을 토대로 사회연결망 개념을 연결하여 거시 수준의 화이트칼라 범죄 설명모형을 구성하였다. 이 모형에 근거하여 기존의 부패 연구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부패에 대한 사회연결망의 효과를 문화와 사회통제에 대한 이론으로 풀어내어 보았다. 경제적 성공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문화와 심한 불평등은 부패를 유발함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적 특성과 사회구조적 특성 사이의 결합효과 내지는 상호작용 효과 또한 상정하였다. 또 다른 상호작용 효과로 경제지상주의적 문화의 부패 유발 효과를 다른 사회제도들이 제어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가족제도의 경우 가족주의라는 문화적 특성을 통해 오히려 부패를 유발할 수 있음을, 반면 사회 신뢰를 바탕으로 한 시민적 제도는 부패를 예방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살펴보았다. 불평등구조와 기회구조가 서로 연관됨을 밝히고, 특히 폐쇄적 사회연결망이 부패의 중요한 기회구조가 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가족주의와 연고주의는 폐쇄적 연결망과, 사회 신뢰는 개방적 연결망과 상응한다는 점에서 부패의 원인으로서 문화와 구조의 관련성을 짚어보았다. 또한 불평등구조와 사회연결망의 관계에 주목하여, 불평등과 폐쇄적 사회연결망 간의 상호작용 효과에 대한 가설을 설정해 보았다. 문화와 사회구조가 어떻게 연결되어 부패를, 더 나아가서 일탈과 범죄를 낳는지에 대한 이해에 이 연구가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 서구 사회 이론 수용 연구의 토대: 라몽, 번역사회학, 그리고 ‘더 부르디외적인’ 접근

이시윤, 이용승

  

2023. 05.

서구 사회 이론 수용, 미셸 라몽, 번역사회학, 피에르 부르디외, 이상길, 지식사회학

이 연구는 1990년대를 중심으로 한국 인문사회과학장에서의 서구 사회 이론 수용 현상을 지식사회학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이론적 토대를 탐색한다. 이론 수용 연구의 전범을 이루는 미셸 라몽의 작업, 그리고 관련된 연구들은 이론 자체에 내장된 가치보다는 수용지 환경과 행위자들의 상호작용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회학적인 접근법이 필요함을 일깨워 주었다. 하지만 라몽류의 연구는 실제로는 자신들이 천명하는 바를 잘 실행하지 않았고, 수용 행위자 집단에 대한 분석 없이 ‘제1세계’ 간 거시적 지식 이동만을 표피적·기술적으로 다루는 데 그쳤다. 또한 이 접근법에는 암묵적으로 수용 공간의 제도화 정도의 문제를 누락함으로써 사실상 지식 전파의 지대한 부분을 이루는 비서구권에서의 수용을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본 연구는 먼저 이러한 문제가 부르디외 장 이론에서 출발한 번역사회학을 통해 성공적으로 극복될 수 있음을 논했다. 학술장 내 구체적 행위자들의 상징투쟁을 복합적으로 다루는 장 분석은 이론의 수입과 번역 행위를 수용 공간의 제도화 문제를 고려하면서 인과적으로 설득력 있게 규명해 줄 수 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이어 번역사회학 연구의 대상이 저술번역 문제에 집중되어 있어 장 이론의 함의를 충분히 살리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초점을 번역 이후의 상호작용으로 옮겨 이론 수용 행위자들의 복합적 상호작용을 포착하는 연구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3 탈진실 시대 서사복원적 데이터 마이닝의 필요성과 방법론

강정한, 송민이

  

2023. 05.

탈진실, 데이터 마이닝, 서사복원, 근거기반, 의미역 결정

본 연구는 근거기반 의사결정이 넘쳐나는 동시에 사실보다는 신념과 감정에 근거해 여론이 형성되는 탈진실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데이터과학을 이용한 진실의 추구는 통계적 경향성 못지않게 서사도 갖춰야 함을 주장한다. 서사는 데이터 생산자의 관점과 동기를 기반으로 구성된 것으로, 데이터 속 서사를 복원하는 것은 사회과학자가 인간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수시로 시도하는 감정이입적 해석 및 가치판단과 유사할 뿐만 아니라, 과학적 활동에서 필수적으로 동원되는 가설적 추론과도 가까운 활동이다. 더불어 이러한 서사의 복원은 데이터과학의 지향점과도 일치하는데, 해석가능성을 보강하여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인공지능을 추구하거나 설명가능성을 보강하여 공학적으로 지속가능한 인공지능을 발전시키려는 활동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서사복원적 데이터과학의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자면, 첫째 텍스트 데이터의 말뭉치를 구축하고 문장의 의미역 결정(semantic role labeling)을 통해 이야기의 복원이 가능하다. 즉 행위자에서 수동자로 향하는 의미의 총체적 연결망으로 이야기를 복원한다. 둘째로 서사를 구성하는 화자의 복원이 필요한데, 서사별 생산자의 특성을 변수화하여 의미 연결망이나 토픽모델링 등에 결합하면 화자에 따라 다르게 구성되는 서사를 파악할 수 있다. 셋째, 청자에 따라 달리 구성되는 서사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청자의 복원이 필요한데, 이는 데이터 생산자의 발화가 이루어지는 맥락을 변수화하거나 추론하는 방식으로 복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서사에 숨어있는 은유적 의미를 복원하기 위해 word2vec과 같은 워드 임베딩을 실시한 후 단어들 간의 유추 관계 계산을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데이터과학에서 서사를 복원하려는 시도는 데이터에 존재하는 행위와 사건, 이것들을 해석하는 맥락에서 성찰적인 과정을 수반하며, 이러한 성찰적 진실 추구는 다른 정체성을 가진 이해당사자에 대한 감정이입을 바탕으로 상호 학습으로 나아갈 것으로 기대한다.

4 전산사회과학 연구과정의 블랙박스 열기: 아카데믹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비교사회학 연구를 중심으로

전준, 김병준, 김재홍, 김란우

  

2023. 05.

전산사회과학, 과학의 과학, 암묵지, 자연어 처리, 텍스트 분석

데이터과학에 기반한 지식사회학 연구는 어떤 과정으로 수행되는가? 이러한 접근의 강점은 무엇이며, 연구 과정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사안들은 어떤 것이 있는가? 데이터과학과 사회과학을 융합하는 시도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회과학 연구자들이 실질적으로 마주하게 될 어려움들을 소개한 연구는 드물다. 본 연구 노트는 저자들이 수행하고 있는 사회과학 지식장에 대한 비교사회학 연구를 사례로 하여 전산사회과학의 데이터 수집 및 분석 과정에서의 암묵지를 드러내고, 이와 관련된 방법론적 시사점을 강조한다. 저자들의 지식사회학 연구는 KCI와 SSCI의 사회과학 논문들을 다양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수집하고 정제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한국연구재단 데이터베이스와 OpenAlex 데이터베이스를 동일한 차원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전처리하는 과정 또한 필요했다. 한국과 국제 사회과학 학문장의 거시적, 미시적 관계성을 알아내기 위해 우리는 BERTopic과 STM을 모두 시도하며 더 설득력 있는 결과물을 얻어내기 위한 시행착오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사전 훈련된 말뭉치의 선정, 토픽의 개수 지정, 토픽 뭉치의 의미 해석 등 방법론에 대한 연구자들의 선택과 반복이 필수적이었다. 즉, 전산사회과학의 사회학적인 응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코딩 테크닉 자체에 대한 고민뿐 아니라, 데이터, 분석 도구, 조작화 전략, 연구질문, 주장의 신뢰성과 한계에 대한 고찰 등 사회학자들이 오랫동안 천착해 온 방법론적인 질문들이 여전히 가장 중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