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학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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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지 Vol.56 No.4

1 제임스 피시킨의 숙의민주주의 이론 : 주요 논지와 한계 및 향후 과제를 중심으로

김원동

  

2022. 11.

제임스 피시킨, 숙의민주주의, 숙의형 여론조사, 소규모 공중, 공론, 숙의사회

이 연구의 목적은 피시킨의 주요 논지에 대한 재구성 작업을 통해 그의 숙의민주주의 이론을 정확하게 파악해 보고, 그 의미와 이론적 한계 및 향후 과제를 살펴보는 데 있다. 이러한 연구목적의 저변에는 숙의민주주의 이론이 지금도 유력한 연구자들에 의해 무수히 논의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별 연구자의 이론적 주장을 집중적으로 살펴본 연구는 매우 빈약하다는 문제의식이 내재해 있다. 주된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피시킨의 숙의민주주의 이론은 대의민주주의를 전제로 한 숙의사회 구현의 장기적 비전 아래 엘리트 숙의 대신 일반 시민의 숙의에 의한 공론 도출 및 갈등 해결을 지향하는 민주주의 유형이라고 간명하게 정리할 수 있다. 둘째, 피시킨의 숙의민주주의 이론은 30여 년에 걸쳐 진화해 온 그의 이론적·경험적 연구의 산물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셋째,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피시킨의 숙의민주주의 이론은 몇 가지 한계를 내포한다. 정치적 대표에 의한 숙의의 실종, 시민 숙의 역량의 차이에 대한 인식 결여, 숙의형 여론조사에 대한 과도한 집착, 숙의사회론의 취약성 등이 그것이다. 넷째, 이러한 한계들은 향후 피시킨의 이론 틀 속에서 지속적인 성찰과 대안 모색이 요구되는 과제라고 할 수 있다.

2 대전은 어떻게 ‘노잼도시’가 되었나 : 텍스트 마이닝과 의미 연결망으로 본 ‘장소성’ 소비

주혜진

  

2022. 11.

장소성, 텍스트 마이닝, TF-IDF, 잠재 디리클레 할당, 중심성 분석, 의미 연결망 분석, CONCOR 분석, 미디어 의례, 데이터베이스 소비, 모에(Moe), 밈(Meme), 장소상실

‘대전광역시는 어떻게 ‘노잼도시’라는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나’란 궁금증에서 이 연구는 출발했다. ‘노잼도시’는 대전이란 광역단위 장소가 가진 일종의 장소성이며, 본 연구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된 이 장소성의 특성을 블로그 텍스트 분석을 통해 파악했다. “노잼 도시”를 검색어로, 2015년부터 2021년 8월까지 블로그 텍스트를 수집했다. 블로그 5,875건을 텍스트 마이닝하고 빈도, 중심성 분석, 관계 밀도 군집분석 및 연결망 분석을 수행하여 시각적 결과물을 도출했다. 2018년까지 ‘노잼 도시’ 블로그 텍스트는 주로 영화와 게임, 사람을 다뤘으나, 2019년 이후 ‘대전’과 강력하게 연관되기 시작했다. ‘노잼 도시’ 블로그 텍스트에서 ‘대전’은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고, 가장 비중 있는 단어다. ‘대전’의 TF-IDF 가중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값이 커지는데, 이는 ‘노잼 도시’와 ‘대전’의 강력한 연관성을 시사한다. 잠재디리클레할당(LDA)은 블로그 유저들이 ‘노잼의 도시’ 대전을 ‘여행’하면서 ‘예쁘’고 ‘느낌’ 있는 ‘카페’에서 ‘사진’ 찍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는 TF-IDF가 ‘대전’과 ‘사진’ ‘카페’를 핵심어로 추출한 결과와도 일맥상통한다. LDA 시계열 분석은 ‘노잼 도시’ 블로그 텍스트에서 게임과 사람, 영화 이야기가 줄어들고, 대전 여행과 사진찍기 토픽이 확연히 중요하게 떠오른 시점을 포착했다. PageRank 등의 중심성 분석과 CONCOR 분석은 텍스트에서 대전 노드가 가진 강력한 중심성과 ‘노잼 도시’ 블로그의 핵심 이야기는 ‘대전 유명지 방문’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카페’와 ‘여행’ ‘예쁘’ ‘사진’ 등의 단어들이 ‘대전’을 중심으로 강력한 연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대전과 여러 장소와 문화 콘텐츠들은 그저 1:1의 관계를 맺고 있을 뿐이었다. 이상의 결과는 ‘노잼도시’ 장소성이 휘발성과 장소상실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텍스트 분석 결과는 확장되고 복잡한 대전 방문의 연결망 커뮤니티를 생성하지 못했다. 대전이란 장소를 그저 소비의 대상으로만, 사람들은 소비자로만 머물게 할 가능성이 크다. 아즈마 히로키의 ‘데이터베이스 소비’처럼, ‘노잼의 도시 대전’은 블로그 유저들 사이에서 ‘모에 Moe’화 되어, ‘밈’으로 소비된다. 꾸준히 대전에서 ‘유잼’의 장소성을 형성해 온 원주민과의 마주침, 여행지 배회와 다양한 감정이 없는 장소 소비는 나만의 재미를 지닌 장소성을 생성하지 않는다. 새로운 장소성을 만들지 못한 방문자들에게 계속 대전은 ‘노잼’일 뿐이다.

3 간호사 ‘태움’ 자살에 대한 사회학적 연구

송해리, 김명희

  

2022. 11.

간호사 ‘태움’ 자살, 숙명론적 자살, 폭력의 삼각형, 제도적 문화기술지, 제도적 포획

이 연구는 최근 불거진 간호사들의 ‘태움’ 자살에 대한 자살 예방 대책 및 처우 개선을 위한 제도적 노력이 충분치 않은 현실에서 출발하였다. 이에 따라 제도의 매개적 효과에 주목하는 제도적 문화기술지 접근을 활용해 간호사 ‘태움’ 자살이 발생하는 제도적 과정을 드러내 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8명의 연구참여자에 대한 반구조화된 면접과 참여관찰을 진행했으며, 간호사들의 일 과정과 제도적 환경을 알 수 있는 제도적 텍스트들을 수집․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의 유사어로 사용된 간호사 ‘태움’ 자살이 간호사가 위치한 특수한 노동 조건과 노동 과정 속에 잠재된 구조적 ‧ 문화적 ‧ 직접적 폭력의 복합적 결과임을 밝히고, 이를 뒤르케임이 제시한 숙명론적 자살의 한 형태로 개념화했다. 이 연구는 첫째, 간호사 자살의 의료화에 대항할 사회학적 설명 모델을 발전시키기 위한 시도이며, 둘째, 고도로 관료화되고 위계화된 노동 조건 속에 자리한 현대 직업집단의 숙명론적 자살의 작동방식에 대한 탐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4 한국인의 종교적 믿음의 변화와 그 함의

최지영, 이명진

  

2022. 11.

종교, 세속화, 종교적 믿음, 종교의 위기, 종교인구

이 연구의 목표는 한국 사회의 종교의 세속화 경향을 확인하고 세속화와 관련한 변화와 배경을 분석함으로써 그 함의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갤럽의 1997년, 2004년, 2014년, 2021년 자료를 사용하여 대략 한 세대에 해당하는 약 30년 동안 종교적 믿음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살펴보았다. 아울러 그러한 종교적 믿음의 정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살펴보았다.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전반적으로 종교인구 비율과 종교적 믿음은 서구사회와 마찬가지로 하락하고 있다. 특히 다른 사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크다. 둘째, '기적'에 대한 믿음을 제외한 종교적 믿음과 종교인구 비율이 유사해졌다. 이는 비종교적인 이유로 종교를 믿는 사람들의 비율이 감소한 것을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종교인구의 경우도 종교적 믿음이 다소 약화하였다. 셋째, 종교적 믿음 여부에 종교의 영향이 가장 두드러졌다. 특히, 무교와 비교했을 때 개신교에서 종교적 믿음이 강한 경향이 있다. 또한, 세속화와 관련이 깊은 교육 수준의 영향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종교인구 비율의 감소와 종교적 믿음의 약화라는 관점에서 세속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종교인구 비율의 감소에 비해 종교적 믿음의 약화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이를 본격적인 ‘종교의 위기’로 보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