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학회는
사회학의 학문적 발전과 교류의 장을 열어갑니다.

학회지 Vol.59 No.1

1 쉼 역량: 또 하나의 건강불평등

김주연·이다예·강현욱·유찬기

  

2025. 03.

쉼 역량, 건강 격차, 사회적 조건, 근본적 원인 이론, 역량 접근

쉼은 우리의 일상과 건강을 영위하는 데 핵심적인 영향을 미친다. 본 연구에서는 쉼이 사회적 조건에 따라 불균등하게 분포해 있고, 이러한 쉼의 격차가 곧 건강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본 연구는 쉼에 대한 여가학과 의학적 접근의 한계를 보완하고, 쉼의 조건과 자율성을 강조하며, 쉼 동기에 따른 쉼 실천을 매개하는 개념을 쉼 역량(개인이 스스로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쉴 수 있는 능력과 효능감)으로 개념화한 후, 쉼 역량과 이에 따른 건강 결과에서 인구사회경제적으로 상이한 집단 간의 차이를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한국사회의 쉼과 건강 조사’를 활용하여 연령대별, 성별, 그리고 교육수준별 쉼 역량의 차이와 그에 따른 주관적 건강수준과 우울증상의 차이를 살펴보았다. 연구 결과, 전반적으로 다른 연령층에 비해 노년층이, 그리고 여성에 비해 남성의 쉼 역량이 높았다. 또한 각 건강결과에 대한 일부 쉼 역량의 영향이 연령대별,성별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 횡단하는 참여자들: 사회운동 사회에서의 기후정의행진 및 퀴어퍼레이드 참여자들에 대한 특성 분석

정다영·조은혜·서찬석

  

2025. 03.

기후정의행진, 사회운동사회, 소셜네트워크, 퀴어퍼레이드, 횡단하는 참여자들

민주화 이후 다변화된 시민사회 공간에서, 사회운동 간의 연합과 시민들의 연대는 운동의 성공에 있어 중요하게 부각되어 왔다. 본 연구는 연대의 가능성을 탐색하려는 시도의 하나로, 각기 다른 의제를 제시하는 다양한 집회를 가로질러 참여하는 개인들, 이른바 시민사회를 횡단하는 참여자들을 조명했다. 그중에서도 여러 사회운동 세력이 연대했던 2023년 9·23 기후정의행진과 2024년 서울 퀴어퍼레이드 집회의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양 집회에 참여하는 이들의 특성을 비교함과 동시에 노동, 여성, 장애 등 다양한 의제의 집회에 참여하여 시민사회 공간을 횡단하고 있는 이들의 특성에 주목했다. 분석 결과 크게 세 가지 지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 기후정의행진 참가자들은 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에 비해 다른 의제의 집회들에 참여하는 빈도가 더 높고 정당, 노동조합, 시민단체,종교단체, 동호회 등 다양한 결사체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을 보였다. 둘째, 양 집회에서 포착된, 다른 의제의 집회들을 횡단하는 참여자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다양한 결사체 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한편 정치 일반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과 함께 진보적 이념을 나타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셋째, 횡단하는 참여자들의 특성과는 달리, 기후정의 관련 집회 또는 퀴어퍼레이드에만 반복적으로 참여하는 이들은 환경운동단체 회원이거나 성소수자 커뮤니티 회원이었으나 다양한 결사체에서 활동하는 경향은 나타나지 않았다. 본 연구는 경제적, 정치적, 사회문화적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현대사회에서 여러 의제를 횡단하는 시민들에 주목함으로써 사회운동사회에서의 연대 가능성을 모색하는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3 비정상성에서 취약성으로: 페미니즘을 경유한 여성 섭식장애 당사자의 경험 재해석

강의영

  

2025. 03.

섭식장애, 신체규범, 페미니즘, 취약성, 연대

본 논문은 한국 청년 여성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섭식장애를 경험하고 해석해 왔으며, 나아가 페미니즘을 경유하여 이들이 섭식장애 경험을 어떻게 재해석했는지 탐색한다. 2010년대 이후 한국 사회에서 섭식장애를 겪는 젊은 여성의 수는 급속도로 증가했으며,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이들 중 많은 이들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규정하고 있다. ‘페미니스트 섭식장애 당사자’가 여성억압적 신체규범과 여성 해방적 페미니즘 담론 사이의 충돌을 경험하리라는 예상을 바탕으로, 페미니즘 담론과 접촉한 여성 섭식장애 당사자 13명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섭식장애 경험, 그에 대한 해석, 페미니스트 정체화 후 해석 변화를 파악했다. 연구참여자들의 섭식장애는 여성억압적 신체규범, 그리고 그것을 내면화한 주변인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발생, 지속, 전환되고 있었다. 이들은 정신질환 또는 ‘비정상적 방식으로 신체에 집착하는’ 여성에 대한 편견을 의식하거나, 페미니즘이 그리는 여성상에 자신이 부합하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에 경험을 함구하였다. 그러나 장애, 퀴어 등 다양한 정체성을 인식하며 페미니즘을 접한 참여자들은 자신의 섭식장애를 ‘비정상성’이 아닌, ‘사회적으로 발생한 취약성’으로 달리 해석하는 변화를 보이기도 했다. 이같은 연구 결과는 여성 섭식장애가 규범과의 위치짓기 속에서 사회적으로 구성됨과 동시에 은폐됨을 실증하며, 페미니즘이라는 이념과 섭식장애라는 질환의 만남이 취약성을 기반으로 한 정치적 가능성이라는 지평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4 촛불 사회운동과 청년 참여자들의 정치적 주체화: 발리바르의 봉기와 시민권, 관개체성, 시민문명성의 관점에서

이해진

  

2025. 03.

사회운동, 정치적 주체화, 예속화, 민주주의, 촛불집회, 발리바르, 시민권, 관개체성, 시민 문명성, 청년, 청소년, 능력주의, 불평등

이 연구는 촛불항쟁의 대중운동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정치와 제도의 구성에 실패하는 한국의 민주주의의 곤경 속에서 과연 정치적 주체화는 어떻게 가능한가를 탐색한다. 90년대 이후의 에티엔 발리바르의 정치철학 사유들을 정치적 주체화 양식의 관점에서 조명하고, 사회운동 참여자들의 정치적 주체화를 분석하는 이론적 논의로 독해한다. 발리바르의 봉기와 시민권 정치, 관개체성, 시민문명성의 정치를 정치적 주체화 양식의 세 가지 차원으로 설정하고, ‘주체의 시민-되기’와 ‘시민의 주체-되기’라는예속화와 주체화의 변용 과정을 탐색한다. 이를 분석틀로 삼아, 2008년 촛불집회에 참여한 적극적 참여자들을 10여 년간 추적조사한 패널자료와 질적 면접 방법을 활용해서 경험적 연구를 수행하였다.이들이 사회운동 참여 과정과 이후의 생애과정에서 어떻게 예속적 주체로부터 해방적 주체로 변모하는지를 살펴보았다. 첫째, 촛불 청소년들은 촛불집회라는 대중 봉기에 참여함으로써 청소년을 비정치적 주체로 간주하던 예속을 탈피하여, 시민권을 획득하는 자율적 정치적 주체로서의 시발점을 경험하였다. 둘째, 이후 촛불 청년들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정세에서 국가 폭력과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회적 사건들 및 자신의 생애과정에서 경험한 불평등에 대응하는 관개체성의 사회적 관계를 통해 교통과 연대의 정치적 주체로 발전하였다. 셋째, 이들은 능력주의와 같은 인간학적 차이에 따른 폭력과 배제의 비시민 예속화의 메커니즘에도 불구하고, 시민문명화된 탈동일화와 대항품행의 실천을 지향하며 개성화된 능동적인 정치적 주체로 확장되었다. 봉기의 광장이 사라져도, 평등자유 이데올로기와 봉기적 시민권에 기반을 둔 사회운동, 몫이 없는 소수자들과의 정서적 공감과 연대, 반폭력의 대항적 수행속에서 정치적 주체화는 계속된다. 한국 사회에서 대중 봉기와 헌정의 변증법이 작동하는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새로운 연대의 주체화 양식을 발명하고 이러한 정치적 주체들이 어떻게 ‘다시 만드는 세계’를 구성하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5 특별기고: 시민(사회), 국민(사회), 사회권:한국 민주주의의 시민권적 (몰)진화

장경섭

  

2025. 03.

시민, 국민, 시민사회, 국민사회, 민주주의, 국가-사회 관계, 시민권, 사회권, 복지국가, 개발국가

한국의 근대 시민사회는 서유럽의 경우처럼 봉건적 구체제에 대한 저항·투쟁 노력을 통해 확립·강화되기보다는 근현대사의 각 단계에서 지배, 통치, 수탈의 주체로 작용한 다양한 국가권력이나 그 반(反)민중(시민)적 작용에 대한 비판, 저항, 극복의 노력을 통해 형성되고 공고화되어 왔으며 매우 뚜렷한 다양성, 복합성, 유동성, 사건성, 지식성, 투쟁성 등을 특징으로 한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들은 시민사회의 범사회적 통합성과 이에 기초한 민주주의 정치와 사회적 시민권(사회권; social citizenship)의 안정적 확보를 가져오지 못했으며, 국가권력의 심각한 부패와 파행에 대항한 수차례의 범사회(민중)적 항쟁조차도 그러한 역사적 과제를 실현시키지 못했다. 본 연구는 그동안 서구의 복지국가(welfare state) 체제를 전제로 이해, 제안, 추구되어 온 사회시민권을 해방 후 한국 자유주의 질서의 구체적인역사·정치·사회적 맥락에서 이해·분석하고자 한다. 이와 관련해, (1) 21세기에 들어서까지도 그 사회적, 정치적, 법적, 학술적 이해의 혼란과 상충이 지속되고 있는 시민, 국민, 시민사회, (그리고 본 연구에서 제시하는) 국민사회에 대한 체계적인 개념화와 구조적인 상호관계 분석을 실시하며, 이에 기초해 (2) 서구에서 자유주의 체제의 시민(주)권(citizenship)으로서 순차적으로 구성·확장되어 온 자유권, 정치권, 사회권이 한국 현대사에서 각각 그리고 상호작용적으로 어떠한 변화나 발전을 거쳤는지를 체계적으로 규명하고, (3) 흔히 민주주의의 내용적 진화 혹은 완성으로 인식되는 사회권에 대해 한국 현실에 천착한 구조적 분석과 평가를 실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