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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지 Vol.58 No.2

1 한국 정신장애 당사자 운동의 난점과 전략적 딜레마

강의영

  

2024. 05.

정신장애 당사자 운동, 교차성, 자원동원, 이중전략

본 논문은 한국 정신장애 당사자 운동이 초기 전개 과정에서 경험한 교차적 난점과 그것의 해소를 위해 펼친 이중전략을 조명한다. 이 운동이 한국의 정신장애인 보편이 경험하는 극심한 사회경제적 어려움 위에서 발생 및 전개되었다는 점을 바탕으로, 활동가 9명과의 심층인터뷰를 통해 한국 정신장애 당사자 운동이 경험한 구체적 어려움과 해소 전략, 전략의 선택과 정당화 과정을 파악했다. 한국 정신장애 당사자 운동은 활동가들이 안고 있는 정신적 손상 자체만이 아니라 이에 대한 문화적, 경제적 억압구조로 인해 심각한 인적, 물적 자원동원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당사자주의 기반의 급진적인 문화 창출 전략과 함께, 제도권과의 연계를 통해 부족한 자원을 동원하는 전략을 병행하였으며 이는 운동의 발생과 성장을 가능케 했다. 하지만 동시에 연간사업 형식으로 이뤄지는 제도적 지원은 지속적인 경쟁과 성과증명, 평가를 수반하였으며 활동 과정에서 급진적 프레임이 사회 보편의 프레임으로 수렴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활동가들은 상황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면서도 여전히 이중전략에 정당성을 부여하였는데, 이는 보편적 프레임을 바꾸기 위해 저항하는 것만 아니라 ‘제도권의 요청을 스스로 수행하는 것’ 역시 ‘당사자주의’에 부합하는 것으로 이해됐기 때문이었다. 한국 정신장애 당사자 운동의 이와 같은 전개와 전략인식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억압이 저항의 동기이자 다층적 제약으로 작동하는 과정을 실증하며, 정체성과 계층의 교차에 기반한 운동을 지원하거나 경로를 해석할 때 소외집단에 대한 억압과 이들의 생애경험을 깊이 있게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2 빈곤층 거주지 분리 양상 및 변화 추이, 2010~2023: 대전 사례의 함의

박두진, 황선재

  

2024. 05.

거주지 분리, 빈곤, 불평등, 선택적 인구이동, 대전광역시

오늘날 한국 사회는 거주지를 매개로 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본 연구는 기존 연구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았던 빈곤층의 거주지 분리(residential segregation) 문제를 사회학적으로 주제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본 연구가 수행된 지역적 범위는 대전광역시 및 대전광역시의 5개 자치구이며, 시간적 범위는 대전 지역의 계층별 주거 분화가 명확히 이루어진 2010년부터 2023년까지로 했다. 분석자료는 대전광역시 행정동별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전수자료를 직접 구득하여 빈곤층의 대리변수로 활용했으며, 측정 도구는 거주지 분리 측정에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상이지수를 사용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대전지역의 거주지 분리 현상은 대전의 도시개발 양상에 발맞추어 진행된, 상대적으로 젊은 비빈곤층의 위 계적이고 누적적인 서진(西進)에 따른 빈곤의 편재화(遍在化)로 요약할 수 있었다. 대전 지역의 빈곤율이 증가하는 와중에도 빈곤의 집적은 오히려 감소했으며, 이는 동 기간 대전의 연령별 인구구조 변동 및 인구이동 양상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본 연구 결과는 빈곤율의 증가는 일반적으로 빈곤의 지리적 집적으로 이어진다는 국외 선행연구와는 다소 배치되는 한국적 거주지 분리의 특수성을 보여주는 사례로서, 향후 한국 사회 및 지역도시의 거주지 분리 연구에 중요한 단초와 시사점을 제공한다.

3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최저임금제도의 변화: 역사적 제도주의 접근

박라인

  

2024. 05.

최저임금제도, 역사적 제도주의, 제도의 표류, 제도의 전환

한국의 최저임금제도는 80년대 후반 민주화 요구가 거세지는 흐름 속에서 정권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도입되었다. 하향식으로 도입된 최저임금제도는 저임금문제의 해결을 명분으로 삼았고 최초의 노사정 합의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를 구성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하지만 정부와 재계의 무시, 노동계 대표인 한국노총의 무능력으로 인해 최저임금제도는 유명무실한 제도로 표류하였고 사회적으로 잊혀진 제도가 되고 말았다. IMF 외환위기 이후 변화된 노동시장과 노동정치 환경 속에서 시민권을 획득하며 노동계를 대표하게 된 민주노총은 광범위한 연대를 형성하여 최저임금제도를 사회적 의제로 부각시키는 전략을 구사하면서 제도의 전기를 마련한다. 민주노총은 한국노총과 연합전선을 형성하고, 시민사회와의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최저임금제도의 기능 확대를 추구하는 최저임금확대연합을 구성하여 최저임금제도를 사회적 의제로 부각시킨다. 이후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을 통해서 최저임금확대연합은 자신들의 제도 개선 대안을 국회의 진지한 논의대상으로 만들었으며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등 주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리고 이 성과를 통해 한국의 최저임금제도는 저임금노동자의 보호를 위한 제도를 넘어서서 노동시장 양극화를 해소하고 재분배를 추구하는 제도로 전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