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학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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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지 Vol.51 No.4

1 한국인과 일본인의 주관적 행복: 생애주기별 결정요인 비교

김재우

  

2017. 11.

주관적 행복, 사회경제적 지위, 소득 비교, 사회적 관계, 사회활동, 한국, 일본, 생애주기

경제적 수준과 삶의 만족도 간의 괴리가 큰 한국과 일본은 주관적 안녕감에 대한 소득 이외의 결정요인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사례가 될 수 있다. 본 연구는 사회경제적 지위와 사회적 연계성에 초점을 맞춰 두 사회에서의 주관적 행복감을 좌우하는 변수들에 대한 국가 간 차이와 생애주기별 차이를 분석하였다. 이를 위해 ‘네트워크 사회자본’ 모듈이 탑재되어 있는 2012년 동아시아사회조사 자료가 사용되었다.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연령집단에 따른 행복도의 경우, 특히 한국 노년층의 행복감이 다른 연령집단보다, 그리고 일본의 노년층보다 현저하게 낮다. 또한 한국에서 연령집단 간의 집단 내 행복감의 편차가 더 크다. 소득 비교의 효과는 양국의 모든 연령집단에서 확인되지만, 사회경제적 지위 관련 변인들의 영향력은 한국에서 더 우세하다. 교육 수준의 효과는 한국의 청년층에서만, 가계소득과 경제활동 유형의 효과는 중년층에게만 발견된다. 반면 사회적 관계의 양과 질, 사회활동 참여 관련 변인들의 중요성은 양국 모두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친지와의 접촉 범위는 한국 중년층에서, 가까운 이웃들의 수는 일본 노년층에서 행복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회적 지지의 효과는 한국의 청년층과 중년층 모두에서, 종교활동의 효과는 양국의 중년층에서만 나타난다. 서구 학자들의 관점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집단주의적 문화를 공유하는 동질적인 외집단이지만, 본 연구는 한국인과 일본인의 주관적 행복을 구성하는 원리가 서로 다르며, 생애주기별로도 이질적임을 보여준다. 두 사회 모두 주관적 행복감에 대한 사회적 관계 및 활동성의 설명력이 낮고 특히 시민적 참여의 영향이 전무한데, 이는 사적 수준의 안녕이 공적 안녕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주요 배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2 개인화와 성별분업: 패널 자료를 이용한 가족형성기 여성의 성역할 태도 분석

허은

  

2017. 11.

성별분업, 개인화, 성역할 태도, 여성가족패널, 패널로짓 확률효과

본 연구의 목적은 여성들의 성역할 태도가 가족형성 과정을 거치면서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봄으로써 성별분업의 향방을 가늠해 보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여성가족패널조사(KLoWF)의 1차년도(2007년)에서 5차 년도(2014년)의 자료를 병합하여 해당 기간 중 24세에서 37세 사이의 연령대에 있었던 여성들의 성역할 태도와 가족형성기 주요 생애사건들 간의 관계를 패널로짓 확률효과 모형을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분석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여성들 사이에서 성별분업 이데올로기의 규범적 구속력은 약화되었지만, 그렇다고 성별분업이 적극적으로 거부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여성들은 취업이나 출산을 계기로 변화하는 가족생활의 조건에 맞춰 성역할 태도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둘째, 성역할 태도에서와는 달리 미취학자녀 양육 태도에서는 규범적 견고함이 확인된다. 특히 교육수준이 높은 여성일수록 성별분업에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미취학자녀는 어머니가 직접 돌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규범을 견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셋째, 성별분업에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어머니가 미취학자녀를 직접 돌보는 것을 바람직하게 여기는 태도로 전환될 확률은 성별분업에 동의하지 않고 어머니 역할 또한 유연하게 인식하는 태도로 전환될 확률 못지않게 높게 나타난다. 이러한 행위 성향은 특히 고학력 여성 집단에게서 두드러진다. 이는 여성 교육이 확대될수록 성별분업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운 행위 양식만큼이나 어머니 역할 규범에 맞춰 성역할 태도를 조정하는 행위 양식 또한 현저해질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이상의 분석결과는 개인화가 성별분업에 모순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성의 교육 및 취업 기회의 확대는 성역할 분리 규범을 약화시키지만, 교육수준의 상승은 자녀에 대한 어머니의 강도 높은 헌신을 요구하는 모성 규범을 강화한다. 따라서 개인화는 직업 활동을 통해 ‘자신을 위한 삶’을 추구하는 행위를 촉진하는 한편으로, 직업 활동의 목적과 참여 여부, 헌신의 정도를 어머니 역할을 중심으로 조정하는 행위 양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개인화가 진행되면서 어머니 역할을 우선에 두고 성역할 태도를 조정하는 행위 양식이 보다 일반화될 경우, 직업 활동이 여성의 삶에서 배제되지 않더라도 일차적 부양 역할은 남성의 몫으로 규정되고 자녀양육은 여성에게 우선적인 책임 영역으로 설정되는 형태로 성별분업이 재구조화될 가능성이 높다.

3 어떤 기업이 글로벌 사회적 책임에 적극적인가?:한국 100대 기업에 대한 역동적 분석, 2003-2014

구정우·김대욱

  

2017. 11.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글로벌 사회공헌사업, 기업혁신, 사건사 분석, 토빗 분석, 여유자원이론, 이미지 관리이론, 신제도주의이론, 세계사회이론

본 논문은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화된 한국 100대 기업의 글로벌 사회공헌사업이 어떤 조건과 요인에 의해 도입되고 수행되었는지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2003년부터 2014년까지 발행된 456권의 지속가능성보고서에 포함된 글로벌 사회공헌활동 2,020건을 코딩하여 시계열 추이를 파악하였다. 이렇게 구축된 글로벌 사회공헌사업 자료를 기업 시계열 자료와 결합하여 패널 자료를 구성하였고, 이를 토대로 사건사 분석과 패널 토빗 분석을 실시하였다. 이론적 배경으로는 기업의 규모 및 경영활동의 성과와 사회적 책임 이행의 관계에 주목한 여유자원이론,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홍보 및 명성 관리를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본 이미지 관리이론, 기업의 행위를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것으로 전제한 신제도주의이론을 활용하였다. 분석 결과 기업들이 글로벌 사회공헌사업을 개시하는 초기 단계에서는 조직 외적 환경적 요인이 주요한 인과적 영향력을 행사했던 반면, 이러한 활동이 확장되어 가는 단계에서는 환경적 요인뿐 아니라 기업의 여유자원, 그리고 이미지 및 명성 위험 관리의 필요성도 함께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론은 조직의 혁신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조직 내부적‧기능적 요인과 조직 외부적‧환경적 요인을 상호 보완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이론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4 불평등, 회복력, 인간성의 손상:개인들 간 복구 가능한 임계점 변이와 그 결과의 사회학적 분석

이수빈

  

2017. 11.

불평등, 인간성의 손상, 회복력, 임계점, 삶의 질

극심한 사회적 불평등 상황이 야기하는 결과들 가운데, 인간성의 손상만큼 절박하게 와 닿는 주제도 흔치 않다. 불평등이 인간성을 손상시킨다는 명제가 경험적으로 지지되는지의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양자 간 관계의 과정적 측면에 주목해야만 한다. 환경으로부터 제기된 위기에 성공적으로 대처하고 적응해 나가는 역량으로서의 회복력은 인간성을 보전하는 데 있어 필요조건이며, 불평등과 회복력 간의 관계에 대한 분석은 불평등이 인간성의 손상, 혹은 삶의 질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과정적 측면을 이해하기 위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2016년도 한국종합사회조사 자료를 분석하여, 불평등 구조 하에서 유효 자원의 격차를 표시하는 사회적 요인들과 회복력 간의 관계를 탐색하였고, 여기에 더해서 회복력에 대해 유의한 효과를 갖는 요인들이 회복력을 경유하여 생활 만족도와 행복감에 대한 매개효과를 갖는지의 여부도 살펴보았다. 분석의 결과는 현대 한국사회의 불평등 구조 하에서 나타나는 자원 및 지위의 격차가 개인들이 환경으로부터 가해진 충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복구할 수 있는 임계점의 변이를 야기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이 사회 전반적 수준에서의 삶의 질 악화, 다시 말해 인간성의 손상을 초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잠정적 수준의 결론을 내리게 한다.

5 ‘양들의 침묵’을 넘어, ‘성스러운 세계’를 향하여: '세월호'가 사회학에 남긴 성찰적 과제

조세희

  

2017. 11.

고통, 세월호, 사사화(私事化), 공적 영역, 공적 개인, 종교, 치유문화, 성(聖)과 속(俗)

본 논문은 ‘죽을 운명’인 인간이 본성적으로 자신의 존재적 ‘고통’을 합리화하기 위한 이해체계를 형성함에 있어, 사(私)적인 세계관으로 경도된 현대사회의 ‘치유문화(therapeutic culture)’가 드러내는 사고의 불완전함을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 한국에서 ‘고통’의 ‘사사화(privatization)’ 경향을 중요한 사회문제로 인식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한 데에는 ‘세월호’ 사건이 있다. 그러므로 본 논문에서는 한국에서 특히 ‘세월호’를 통해 드러난 인간의 유한성에서 기인한 ‘고통’의 의미체계가 내포하는 다음 세 가지 문제를 주요 화두로 논의해 보고자 한다. 먼저, 1) 심리학의 개체적 접근과 사회학의 집합적 차원의 방법론 간 불균형 문제, 두 번째는 2) 사회가 사적인 세계관으로 경도되어 ‘사사화’된 경향이 야기할 수 있는(특히 집합 수준에서의 의식결여가 유발하는) 사회적 차원에서의 ‘악의 평범성’과 관련된 문제, 마지막으로 3) ‘공적 심성(the mentality of the public)’을 고양시켜 주는 존재양식인 ‘성스러운 세계(sacred cosmos)’에 의한 ‘의식 결핍’ 현상에 대한 문제 제기이다. 본 논문의 궁극적인 목적은 현재 한국사회에서 경험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근대세계의 병리 현상인 ‘개체환원주의(individualism)’를 보다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전통적으로 ‘개인과 사회, 종교’의 관계를 통해 ‘사회 전체’를 조망해 온 사회학적 통찰의 ‘필요’를 강조하고, 이를 통해 현상에 대한 단순한 ‘이해’를 넘어 ‘실천적인 차원’으로 사고의 지평을 확장함으로써, ‘원자화된 개인’을 ‘공적 개인’으로 변모시키는 결정적인 행위동기를 모색하려는 데 있다. 마지막으로 본 논문은 실천성에 결박하여 세월호 사건을 성찰함으로써, ‘성스러운 세계관’을 복원하는 과업을 현대 한국사회에서 시급히 요구되는 사회학의 과제로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