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학회는
사회학의 학문적 발전과 교류의 장을 열어갑니다.

학회지 Vol.56 No.1

1 2000년 이후 한국 사회학의 사회학: 변동과 과제

한준

  

2022. 02.

사회학의 사회학, 한국 사회학, 인구규모, 인구구성, 조직과 제도, 지식사회학

사회학의 사회학은 주로 사회학에 대한 비판 혹은 위기에 대한 대응을 목표로 한다. 2000년 이후 한국 사회학이 겪은 변화에 대한 분석을 통해 현재 사회학이 당면한 과제를 살펴본다. 사회학은 사회과학 다른 학문이나 외국의 사회학에 비해 인구적으로 현저히 규모가 작다. 또한 사회학은 2000년 이후 학과와 전임교수 모두 감소해 왔다. 학부생은 2000년대 늘었지만 2010년 이후 줄어들고 있고, 대학원생은 일정한 추세가 없지만 상대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 사회학의 연구자들은 성별과 출신 학교 모두 다양해지고 있다. 사회학의 분과학회 및 학술지는 2000년대 늘었지만 2010년 이후 정체해 있다. 한국의 사회학은 21세기 들어 20세기와 다른 글로벌화, 디지털화, 민주화의 경험을 반영하며 해외 학계와 구별되는 독자적 주제와 담론구조를 갖추어가고 있다. 한국 사회학은 줄어든 규모로 늘어난 사회적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변화가 요구된다.

2 청년의 일, 여가, 자기개발 실천: 직업 소명의 행위이론

오혜진, 심재만

  

2022. 02.

일-여가 실천, 직업 소명감, 행위이론, 직업사회학, 청년패널

일과 여가의 실천방식이 다양하다. 두 영역이 연관되어 있으므로 한 영역에서의 실천이 나머지 영역은 물론 둘의 교차로 이뤄지는 실천의 다양한 분기에 영향을 준다. 이에 이 연구는 일과 여가가 서로 구별되면서 동시에 서로 통합되는 것으로 이해하는 행위이론적 개념화를 통해 일-여가 실천의 다양성을 설명한다. 먼저, 자아와 세계의 연결을 강조하는 행위이론 관점에서 일·직업 실천을 소명(calling)의 실천 중 하나로 보고 개인이 직업에서 자아(개인 소명감) 및 세상·사회(사회 소명감)를 구성해가는 과정(직업 소명감)으로 개념화한다. 다음으로 행위이론의 관계론적 시각에서 일-여가 실천의 다양성을 주요한 세 형태로 개념화한다(일 중심 미분화, 자기개발 분화, 여가 분화). 직업 소명감이 어떻게 개인 소명감과 사회 소명감으로 구체화하는지가 일-여가 실천의 다양한 양상과 유의미한 관계를 맺는다고 이론화한다. 경험적으로 한국고용정보원 청년패널 2차년도(2008년) 자료에 군집분석 및 다항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첫째, 청년세대는 사회 소명감보다 개인 소명감을 더욱 강하게 느낀다. 둘째, 일상 활동에 사용한 시간을 중심으로 판별해낸 일-여가 실천은 일 중심 미분화(50%), 자기개발 분화(7%), 여가 분화(43%) 등으로 나타난다. 셋째, 직업 소명감이 높을수록 여가 분화보다는 일 중심 미분화 내지 자기개발 분화가 나타난다. 넷째, 개인 소명감이 증가하면 자기개발 분화를, 사회 소명감이 증가하면 일 중심 미분화를 드러낸다. 다섯째, 사회 소명감과 일 중심 미분화 실천이 맺는 관계는, 개인 소명감에 의해 약화된다. 일-여가 실천이라는 과제는 결국 개인이 직업을 매개로 자아, 사회, 혹은 양자 모두를 만들어가는 과정, 즉 직업을 통한 소명의 실천 정도와 연관되어 있음을 이 연구는 주장한다. 일과 여가를 배타적으로 양분하거나 어느 하나로 환원하려기보다 개인이 때로는 일로써 때로는 여가로써 자아와 사회를 구성해가는 본질적 과정, 즉 소명의 실천 과정에 대한 이해가 우선해야 함을 제안한다.

3 가브리엘 타르드와 21세기 사회이론 : 정동, 페이션시, 어셈블리지 개념을 중심으로

김홍중

  

2022. 02.

포스트휴머니즘, 모방, 생기론, 감수-행위자, 모나돌로지, 행위자-연결망 이론, 브뤼노 라투르

이 연구는 지난 한 세기 동안 망각되었다가 21세기에 본격적으로 재발견되고 있는 가브리엘 타르드의 사회이론을 다음 세 관점을 중심으로 탐구하려는 시도다. 첫째, 정동의 관점. 타르드는 사회를 유기체나 구조가 아닌 모방 방사(네트워크)의 총체로 보았다. 이때 모방을 통해 전달되는 것을 타르드는 믿음과 욕망이라 부른다. 믿음과 욕망은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흐르고, 변형되고, 전달되는 일종의 정동적 에너지로서, 타르드가 주창한 ‘간(間)-심리학’의 핵심을 이룬다. 둘째, 페이션시의 관점. 모방 이론을 ‘최면’과 ‘몽유’에 대한 당대의 심리학적 연구에 바탕을 두고 발전시킨 결과, 타르드의 사회적 주체는 타자의 암시와 영향에 노출된 ‘몽유병자’, 즉 수동적 존재에 비유되고 있다. 타르드는 이 원초적 수동성이 어떻게 창조적 행위로 전환될 수 있는지를 탐구함으로써, 근대 사회과학을 특징짓는 ‘행위자적 편향’을 넘어서, 겪는 존재의 잠재적 힘에 대한 이론적 관점(페이션시의 관점)을 표명한다. 마지막으로 어셈블리지의 관점. 타르드는 라이프니츠의 모나돌로지를 수용하지만 예정 조화와 닫힌 모나드라는 라이프니츠의 관점을 버리고, 서로 상호침투하면서 서로를 소유하는 역동적 모나드 개념을 제안한다. 이 과정에서 타르드의 모나드는 라이프니츠의 단순한 실체로서의 모나드가 아닌 복합체로 형상화되며, 사회는 이런 복합체들이 연합하고, 연결되고, 소유하고, 침투하는 공간으로 나타난다. 이를 통해 타르드는 미시/거시, 자연/사회, 개인/집단과 같은 이분법을 넘어서는 어셈블리지의 관점을 구체화한다. 타르드 사회이론은 이를 통해서 근대 사회학의 인간중심주의를 극복한 포스트휴먼 사회학의 가능성을 열었다.

4 신자유주의적 외모 통념과 한국 여성의 외모 감시

임인숙, 최지원

  

2022. 02.

육체자본, 비만 편견, 외모 감시, 신자유주의, 계층

이 연구는 신자유주의적 소비문화에서 육체자본을 현대 여성의 성공 조건으로 규정하거나 비만 편견을 정상화하는 외모 통념들이 위험하게 유통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한국 여성들 사이에서 신자유주의적 외모 통념의 수용과 거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분석하는 한편, 이 통념이 자기 감시적 외모관리 행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이를 위해 2019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수행한 전국조사의 여성 응답자 1,200명을 분석 대상으로 삼는다. 주요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일원변량 분석에서 가구소득이나 직업 범주별로 외모 통념 수용 정도와 외모 감시 수위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다. 소득 상위층 여성들은 육체자본 통념과 비만 편견을 더 많이 지지하며 가장 주도면밀하게 몸 관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계층 효과는 다른 변수들을 통제한 회귀분석에서도 유지된다. 둘째, 외모 감시에 대한 회귀분석에서 육체자본 통념 변수는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다른 변수들(비만 편견, 가구소득, 외모차별 피해 경험)의 통계적 유의성을 제거하는 매개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자아존중감은 몸을 둘러싼 이런 문화적 압력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기제로 확인되지만, 소득 하위층 여성들은 이런 심리적 자원을 가장 적게 보유하고 있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일수록(나이, 비혼, 학생 지위 변수의 유의성) 신자유주의적 외모 통념과 거리 두기를 하고 있지만, 외모 감시 행위는 준거집단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 탈코르셋운동을 비롯한 대안적인 몸 문화에 노출된 젊은 세대의 변화된 인식과 제한된 실천 가능성을 추론할 수 있다.

5 가족의 사회경제적 배경과 대학원 진학 확률의 성별 격차

김창환

  

2022. 02.

대학원, 가족의 사회경제적 배경, 성별 격차

대학교육의 팽창은 고등교육의 수직적, 수평적 계층화를 초래하여 대학원의 역할을 변화시킨다. 대학교육의 팽창으로 대학진학에 끼치는 가족 배경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여성의 대학진학률이 높아졌다. 하지만 가족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대학원 진학 확률에 영향을 끼치는지, 양자의 관계에서 성별 격차는 없는지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본 연구는 2010~2018년 대졸자직업경로이동조사를 이용하여 구체적인 출신 대학, 세부 학부 전공, 출신 고교의 유형 및 인구학적, 기술적 변수를 통제한 후 부모의 소득, 자산, 직업, 교육 4가지 차원의 사회경제적 계층이 대학 졸업 직후의 대학원 진학 확률에 끼치는 영향과 그 정도의 성별 격차를 측정하였다. 그 결과, 구체적인 대학과 세부 전공을 통제한 후에도 가족의 사회경제적 배경과 대학원 진학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 부모의 소득과 학력 수준이 대학원 진학에 끼치는 상관의 정도가 성별로 상이하여 가족배경의 중요성은 남성보다 여성이 컸다. 상위계층에서는 대학원 진학의 성별 격차가 없었지만, 하위계층에서는 남성의 확률이 여성보다 높았다. 이러한 발견은 한 편으로는 ‘위대한 평등의 촉진자로서의 대학’ 가설의 한계를 노정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성별 계층화의 새로운 차원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