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학회는
사회학의 학문적 발전과 교류의 장을 열어갑니다.

학회지 Vol.54 No.1

1 공동체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사회학

박길성

  

2020. 02.

한국 사회학, 정체성, 공동체, 미래 기획

본 논문은 오늘의 한국 사회학이 처한 상황을 진단하며 사회학의 정체성 확장을 위한 방안을 제안한다. 이는 사회학의 영역이 축소되고 있음에 대한 우려를 바탕으로 사회학의 새로운 출구와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작업이다. 오늘의 사회학이 안고 있는 과제로 해법 제시의 취약, 사회와의 대화 결여, 새로운 데이터에 대한 감수성 부족, 과거와 다른 사회학의 위상을 지적한다. 공동체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것에서 사회학의 과제를 풀어보려 한다. 오늘의 한국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지속가능사회로서의 변곡점을 인구, 성장, 신뢰, 정치, 통합의 5가지 지점에서 논의하며 미래에 대한 진단에 사회학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한다. 미래를 디자인하는 새로운 정체성의 모색을 위해 연구의 목적을 예측, 처방, 예방(3P)에 두어야 할 것을 주장한다. 아울러 이를 위한 분석도구와 방법론에 대한 재검토는 물론이고, 21세기 디지털 시대와 함께 정보 공간상에서 수집되는 방대한 양의 새로운 데이터에 대해 사회학의 적극적인 감수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2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비(非)하버마스적 비판이론: 현대사회연구에서 분석적 장점과 연구전략

권오용

  

2020. 02.

프랑크푸르트학파, 비하버마스적 비판이론, 변증법적 사회연구, 하노버 그룹

이 연구는 비판이론을 하버마스의 의사소통행위이론과는 다른 독립적인 이론으로 규정한 바탕 위에서 비판이론의 핵심특성이 현대사회를 분석하는 데 있어 갖는 강점을 탐색하고, 비판이론의 실제 사회연구사례들을 살펴봄으로써 오늘날에도 유의미한 구체적인 연구전략을 도출해보고자 했다. 비판이론은 유럽 시민사회의 자기파괴와 사회주의적 대안의 실패를 경험하면서도 과거와 단절된 새로운 인식을 추구하거나, 과거에 매달려 현실의 변화를 등한시하지 않았다. 대신 인간의 해방이라는 목표를 견지하면서, 현실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통해 철학과 구체적 사회연구의 결합을 지향했다. 그 결과 비판이론은 주체/대상 변증법 속에서 구체적 시간개념에 의해 제한된 비초월적 진실개념을 갖게 되었으며, 특수 속에 보편이 재인식 가능하게 등장한다는 원칙을 세우게 되었다. 이러한 원칙은 현재의 사회 분석에서 여러 장점이 있다. 첫째, 비판이론은 시대적 전환기에 확립된 것으로서 급격한 변화 속에 놓인 현대사회 연구에서 분석적 장점을 갖는다. 둘째, 이론과 실천의 전통적인 결합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한 방식으로 더 나은 사회를 고민할 수 있게 한다. 셋째, 주체-대상에 대한 변증법적 인식은 기존의 서구식 이분법에 대한 훌륭한 대안을 제시해준다. 넷째, 보편이 특수한 대상 속에서 재인식 가능하다는 관점은 다양한 개별 사회연구들이 전체에 대한 인식을 놓치지 않도록 해준다. 독일 하노버에서 최근 행해진 일련의 비판이론적 사회연구는 비판이론이 갖는 이러한 장점들을 잘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로 주목할 만하다. 그곳에 모인 일군의 지식인들은 비판이론의 정체성에 대해 탐구하는 동시에 당대의 구체적인 현실분석을 통해 노동, 반유대주의, 민족주의, 정체성, 반미주의 등 새로운 비판이론의 연구영역을 개척하였다. 비판이론의 주요 가치를 계승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비판이론적 사회연구의 외연을 넓히려는 이 ‘핵심의 보존과 영역의 확장’이라는 이중의 연구전략은 우리가 비판이론의 현재적 적용을 고민할 때 진지하게 고려할 가치가 있다.

3 국가역량의 개념과 다차원적 분석틀: 국가역량 레짐의 다양성 연구를 위한 이론적 고찰

신진욱

  

2020. 02.

국가역량, 정부역량, 거버넌스, 정부의 질, 국가자율성

민주화 이후 국가에 대한 논의는 국가의 역할과 기능, 국가권력의 남용에 대한 견제라는 질문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 논문은 그와 같은 국가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현실적 조건을 뜻하는 ‘국가역량’, 즉 국가의 조직, 재정, 인력, 지식, 정치적 능력으로 관심을 확장한다. 최근 국가역량, 정부역량, 거버넌스, 정부의 질 등에 관한 연구가 국내‧외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이 논문은 기존 연구의 세 가지 문제점에 초점을 맞춰 대안을 모색한다. 그것은 첫째, 현실에서 떨어질 수 없는 국가의 목표 수립과 실행 능력을 분리시켜서 국가역량 개념을 정책실행 능력으로 협소화시키고, 둘째, 그 분석적 차원을 강압‧행정‧재정 능력으로 국한하며, 셋째, 국가역량의 다차원성을 간과한 채 각국의 국가가 강한가, 약한가만을 묻는 일차원적 문제틀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 논문은 국가역량 연구에 기초를 제공한 사회학의 주요 문헌들을 비판적으로 재구성하여 이 개념의 의미내용과 분석틀을 확장하고자 시도했다. 논문의 핵심 주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역량은 공적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실행함으로써 영토 내 사회집단들의 행위와 관계를 제도적으로 규제하고 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체의 가능성을 포함한다. 둘째, 이처럼 확장된 개념 이해에 상응하여 국가역량의 분석적 차원은 강압‧행정‧조세와 같은 도구적 역량뿐 아니라, 현대의 민주적 자본주의 복지국가의 핵심적 활동인 법적 규제, 재분배적 개입, 경제활동 촉진의 역량을 포함해야 한다. 셋째, 다양한 차원의 국가역량은 종종 불균등하게 발전하고 심지어 상충하는 관계에 놓이기도 하기 때문에, 국가역량의 여러 부문 간의 특수한 배열과 결합 관계를 고찰하여 국가역량 레짐의 역사적 변화와 국가별 다양성을 규명함으로써 보다 정밀한 인식을 획득할 수 있다.

4 불평등한 미래: 청소년의 ‘꿈’, 지위표식이 되다

김수정,차영화,최샛별

  

2020. 02.

청소년, 꿈, 지위표식, 상징적 폭력, 혼합방법론

본 연구는 청소년들이 어떠한 인지적‧감정적 과정을 거쳐 꿈의 경계를 설정하는지, 그리고 계급별로 다르게 경계 지워진 꿈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또 영향을 미치는지 검토해 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2017 청소년종합실태조사’ 자료에 대해 중다대응분석을 실시하여 계급별 청소년 ‘꿈의 지형’을 확인하고, 남녀 청소년 26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수행하여 꿈의 계급화 현상 이면에 존재하는 구체적 메커니즘을 살펴보았다. 연구의 결과 각 계급별 청소년들은 친구들과 유사한 꿈을 공유하며 선택적 친화의 과정을 거치는 한편, 나와 다른 꿈을 꾸는 또래들을 ‘구별짓고’ 있었다. 청소년들은 동류계급 내의 중요한 타자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본인에게 ‘적합한 꿈’을 설정하는데, 상층계급 청소년들은 꿈을 상향조정 하는 반면, 중층계급과 하층계급 청소년들은 본인의 가정환경과 주변의 반응을 토대로 꿈의 크기를 자발적으로 축소한다. 이는 청소년들이 사회 내에 존재하는 위아래 질서와 그 질서 속 자신의 ‘자리’에 대한 감각을 확보해 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으며, 현실화 여부를 떠나 청소년들에게 또래가 꾸는 꿈이 단순한 희망사항이 아니며 현재 그가 자리하고 있는 위치와 미래의 그가 점하게 될 위치를 알려주는 ‘지위표식’으로 기능함을 말해준다 할 수 있다.

5 가계금융화의 굴절과 금융 불평등: 한국 가계의 금융통합 양상에 관한 경험적 고찰

김명수

  

2020. 02.

가계금융화의 굴절, 금융문화, 주택 투자, 주택 금융화의 지체, 소비의 금융화, 금융 수탈

한국 가계의 금융화를 다룬 대부분의 연구는 금융화 현상의 진위를 가리는 데 집중한 나머지, 금융통합의 실제적 경로와 양상에 관한 분석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이 연구는 가계금융화를 ‘부정’하는 것으로 보이는 유제들이 어떻게 혼합적 금융 결합 경로를 주조했는지를 탐구한다. 특히, 주택 부문은 가계금융화의 경로와 방향을 비트는 주된 굴절요인이었다. 주택체계의 간섭은, ‘전통적’ 주택금융을 매개로 한 단기 주택 투자과정과 담보력 중심의 여신 공급구조에서 유래하는 편향적 소비신용 배분과정 등이 가계금융화를 구성하는 중요한 계기로 기능하도록 만들었다. 매출채권 유동화에 기초한 소비의 금융화 현상이 여기에 겹쳐지면서, 자본수익과 그 비용 배분의 불균형을 심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근래 한국 사회에서 격화된 사회 재생산 경쟁을 이러한 차등적 금융통합의 효과로 해석한다.

6 한국 대학들의 사회이동 성적표: 경제적 지위의 세대 간 이동과 유지에서 대학이 하는 역할

이수빈,최성수

  

2020. 02.

대학, 세대 간 이동, 대학 서열, 세대 간 재생산, 성별 격차

본 연구는 미국에서 대규모 행정자료를 이용해 개별 대학들 수준에서 세대 간 이동률(하위 소득분위 가정 출신 자녀가 대학 졸업 후 상위 소득분위에 속할 확률)을 보고한 라지 체티 팀의 연구(Chetty et al., 2017)를 발전시켜 한국의 대학들이 세대 간 지위 이동 및 재생산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종합적으로 평가하였다. 이를 위해 대졸자 직업이동 경로조사(2005~2015) 자료를 활용하여 입시 서열, 국공립/사립 여부, 소재지역, 4년제 여부 등을 기준으로 17개 대학군을 분류하고 이들 대학군이 어떻게 상이한 세대 간 이동률과 유지율을 보이는지를 분석했다. 결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전체적인 수준에서 한국 대학들의 상향 이동률은 이상적인 기대확률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개별 대학군 수준에서는 최상위권 대학들과 상위권 국공립대가 기대 이동률을 충족하며 중하위권 대학들보다 상향 이동에 더 많이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미국에서 엘리트 대학들의 상향 이동률이 매우 낮은 것과는 대조된다. 셋째, 사립대학들에 비해 국공립대들에서 상향 이동률이 지위 유지율과 비슷하거나 더 높게 나타나며, 저소득층 자녀의 상향 이동에 더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위 유지율은 최상위권 및 상위권 사립대학들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 이들 대학은 높은 상향 이동률에도 불구하고 지위 재생산에 더 높은 기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넷째, 이동률의 추세를 산정한 결과 지방 전문대의 성공률 및 이동률이 비교적 뚜렷하게 상승하는 추세를 보여, 세대 간 이동 및 기회 공정성과 관련하여 그 동안 상위권 대학들에 비해 대중적, 정책적 관심을 덜 받아왔던 전문대의 역할이 재조명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모든 대학군에서 예외 없이 남성의 상향 이동률 및 지위 유지율이 여성에 비해 높게 나타났으며, 이렇게 여성에게 불리한 차이는 특히 저소득층 출신 그리고 중하위권 대학군 졸업생에게 가장 두드러졌다. 이상의 결과는 저소득층 출신 여성이 이중적 어려움을 겪는 집단이며 대학을 통한 상향 이동 기회는 거의 전적으로 남성에게만 해당됨을 보여주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