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학회는
사회학의 학문적 발전과 교류의 장을 열어갑니다.

학회지 Vol.51 No.1

1 평가 지표는 대학의 연구와 교육을 어떻게 바꾸는가: 사회학을 중심으로

한준·김수한

  

2017. 02.

대학평가, 지표, 교수임용, 서열화, 자원의존, 동형화, 훈육

최근 평가지표는 대학의 교수임용과 인사정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지난 20년 간 평가와 순위 경쟁은 한국의 대학과 학계의 구조와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지만, 이에 대한 학술적인 연구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이 연구는 대학과 학계가 평가와 순위경쟁에 대응하는 방식을 이 론적으로 설명하고, 경험적인 자료수집을 통하여 분석하였다. 대학평가에서 중요하게 영향을 주 는 학술논문, 영어강의, 연구비, 국제학술지 논문편수는 신임교수 채용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잣 대가 되고 있다. 대학은 순위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평가기관의 지표에 따라서 대학의 전략을 수립하고, 자원을 배분하고, 전공별 교수의 충원과 인사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해외저널과 양적 지표를 중심으로 한 평가와 순위가 대학을 무한경쟁으로 몰아가고 있는 상황은 연구자 내부의 불 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연구비와 논문편수 중심의 평가방식으로 인하여 인문사회계열 학자들 의 교수임용 기회는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경향에서 사회학도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영어능 력과 해외저널에 대한 가중치를 부여하는 평가지표는 사회학 노동시장의 불평등을 심화시켰고, 토착적 연구자의 재생산과 생존을 어렵게 하고 있다.

2 ‘사회’로 확장되는 중국 공회(노동조합):광둥성 공회의 체제 개혁을 중심으로*

백승욱·조문영·장영석

  

2017. 02.

중국, 광둥, 공회, 노동, 노동조합, 사회관리, 직선제, 사회공작

2010년 광둥성 포산시 난하이혼다 파업을 계기로 중국 공회, 특히 광둥성 공회의 체제 개혁을 위 한 변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공회는 전통적인 당-정 정책의 ‘전달벨트’에서 노동자의 이익과 권리를 옹호하는 기구로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사회 불안정 요소 증가에 대 한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중국 공산당의 ‘사회건설’과 ‘사회관리’라는 더 큰 구상의 일부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 중국에서 노동관계의 변화는 작업장 내의 노동-자본간 변수 외에 더 큰 통치체제 수준의 변화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런 점에서 ‘사회관리’라는 쟁점의 부상을 중 요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논문은 2015년 1월에서 2016년 2월 사이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광둥성 현지조사 자료를 중심으로 중국 공회의 중요한 변화를 서술하며, 이를 사회관리의 맥락에 서 이해하려 한다. 먼저 중국 공회가 변신을 꾀하게 된 역사적 맥락을 설명한 다음, 그 다음으로 중국 공회의 중요한 개혁 내용 세 가지, 즉 공회 간부 직선제 도입, 공회 직업화 간부제, 공회의 사회서비스 부문으로의 확장에 대해 설명할 것이다. 새로운 변화의 방향은 한편에서 사회조직 (NGO 포함)의 ‘자율성’을 확대해 기존의 ‘단위체제’적 관리가 미치지 않던 영역을 법적-제도적 틀 속으로 끌어들여 통치성을 좀 더 강화하려는 시도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사회 적 불안을 야기한다고 판단되는 제도 외부의 민간 조직들에 대한 통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3 한국 경제 금융화의 특성과 함의

박찬웅·조선미·차형민

  

2017. 02.

금융화, 크리프너, 한국, 재벌

2000년대 이후 금융거래의 양적 증가와 빈발하는 금융위기는 금융화에 관한 연구의 필요성을 증 가시키고 있다. 선행연구에서는 금융화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와 한국이 과연 금융화가 되었는 지에 대해 연구별로 상반된 해석을 내놓고 있는데, 이는 한국경제의 금융화를 측정하기 위한 방 안의 중요성을 제시한다. 이 연구는 금융화를 측정하는 전통적인 관점인 금융산업의 고용률 및 금융이익의 변화와 더불어, 비금융기업의 금융활동 이익의 증가를 측정하는 크리프너(Krippner, 2011)의 금융화 지수를 도입함으로써 한국 금융화의 수준을 경험적으로 측정하고 그 특성을 시계 열적으로 분석하였다. 현금흐름(cash flow) 대비 포트폴리오 수익(portfolio income)의 비율을 측정하는 크리프너의 지수는 기업이 생산활동에 의한 이익보다 금융활동에 의한 이익에 의존하 는 정도를 나타낸다. 이를 통해 금융화로 인한 자원배분의 양상이 어떻게 바뀌고 있으며, 그 결과 기업과 경제 성장, 소득 불평등 등 금융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분석 할 수 있다. 한국 금융화에 대한 분석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금융산업에서 금융자산이나 부가가치 창출 등은 꾸준히 증가했으나, 타 산업에 비해 고용률은 낮게 나타났다. 둘째, 크리프너의 금융화 지표 를 한국에 적용한 결과, 제조업의 금융화는 미국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2009년 자본시장 통합법 시행 이후 급격한 증가를 보여주고 있다. 셋째, 비금융 상장기업의 금융화 수준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비금융기업의 금융화 과정은 재벌기업들에 의하여 주도 및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 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의 금융화가 서구사회에서 금융화 과정 속에 나타난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의 대립보다는, 재벌에 의해서 주도되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간의 결합 내지 융합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시사한다.

4 한국형 초국적 기업 해외생산 특성 분석: 현대자동차 중부유럽 동반진출 부품업체들을 중심으로

김철식·오중산

  

2017. 02.

현대자동차, 동반진출, 생산 네트워크, 현지화

본 연구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중부유럽 생산법인과 함께 동반진출한 한국 부품업체들의 현지생산 네트워크 특성을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본 연구에서는 동반진출 현지법인들에 대한 설문 조사와 대면조사를 통해, 국내에서 형성된 고유한 생산 네트워크 특성이 중부유럽 현지에서 어떻 게 구현되는지 변용과 복제라는 차원에서 규명하였다. 본 연구에 따르면, 우선 완성차업체와 동 반진출 부품업체로 구성된 현지 생산네트워크는 구성에 있어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 이 는 현지 부품업체에 대한 높은 진입장벽 혹은 제한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중부유럽 진 출 부품업체들은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와 부품들을 대부분 한국에서 수입하거나 현지에 동반진 출한 또 다른 부품업체들로부터 조달받고 있으며, 자신이 생산한 품목을 대부분 현지 완성차 생 산법인인 HMMC와 KMS에 납품함으로써 높은 전속성을 보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존에 국내에 서 형성된 매출, 고용, 임금의 계층성이 현지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이렇게 완성차업체 중심의 제 한적이고 계층적인 생산 네트워크가 해외에서 그대로 복제되어 지속된다는 특징은 동반진출을 먼저 시도한 일본 해외생산 사례와 구분되는, 한국형 초국적 기업 해외생산의 고유한 속성이라고 할 수 있다.

5 ‘가족 이후’의 대안적 친밀성: 비혼 청년층의 공동주거 사례를 통해 본 돌봄과 우정의 공동체 실험

김혜경

  

2017. 02.

공동체, 탈전통적 공동체, 주거공동체, 비혼청년층, 친밀성, 돌봄, 우정, 의사소통

이 연구는 결혼이 연기되고 비혼이 증가하는 청년층 생애과정의 변동 속에서 결혼도 비혼도 아닌 공동체적 주거방식을 선택한 사례를 분석하여 이들이 참여하는 공동체가 전통적인 공동체와 어 떻게 다르며, 친밀성의 양식은 근대적 가족형태와 어떻게 다른 것인지를 설명하고자 하였다. 연 구방법으로서는 그간 청년집단의 주거공동체적 실험의 대표사례들로 미디어를 통해서 소개된 사 례들 중 네 곳을 선정하여, 거기에 거주하고 있는 다섯 명의 거주자에 대한 심층인터뷰를 실시하 였다. 사례가 된 네 곳은 수도권의 세 곳, 그리고 전북지역의 한 곳으로, 완전한 공동주거의 형태 로부터 주거협동조합, 1인가구 네트워크 등 형식면에서는 차이를 가진다. 연구결과, 인터뷰 사례들이 공동체에 참여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필요”로 드러났다. 적은 비용 으로도 거주할 수 있는 “집”이라는 물질적 필요 이외에도, 외로이 지내지 않을 수 있는 “친구”, 그 리고 혼자 모든 것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지지집단, 즉 포괄적 의미에서의 “돌봄”의 공동체에 대한 필요였다. 그러나 이러한 필요를 부상시키는 배경에는 전통적인 결혼과 임금노동에 기반한 근대적인 삶의 모델에 대한 회의가 존재했으며, 그런 점에서 공동체 추구의 이면에는 탈귀속된 개인들의 부상이라는 개인화의 맥락이 선행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외에도, 세기말 한국사 회의 불안을 가속화시키는 특성들, 특히 주거복지 기반의 한계는 선택으로서의 개인화를 넘어서 는 상황을 낳았으며, 그 결과 공동체적 대안모색이라는 재귀속 현상이 발생하였다. 공동체로의 결집과정에는 종교적 명상운동, 페미니즘, 사회변혁과 자기혁명을 동시적으로 추구하는 성찰적 개인들의 학습공동체적 코뮨실험과 같은 새로운 사회운동 등의 이념적 자원들이 결합하였다. 그 리고 공동체의 유지에서 핵심적인 윤리는 차이에 대한 인정과 의사소통 민주주의임이 밝혀졌다. 한편 소득활동의 면에서는 임금노동 이외의 방식이 추구되었는데, 특히 주거지를 중심으로 하는 생활설계, 즉 마을과 지역을 생산과 소비활동의 기반으로 재구성하려는 노력이 진행되었다. 전반 적으로 이들의 공동주거실험은 자신들의 공동체성의 개념을 끊임없이 재정의해오는 과정이었으 며, 따라서 열린 공동체, 결사체로서의 성격을 보여주었다. 결론적으로 보면, 이들 주거공동체 실 험은 가족이 사라져간다고 여겨지는 시대, 가족 이후의 시대에 발견되는 대안적 친밀성의 사례이 며, 우정과 돌봄의 공동체적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보인다.

6 산별노조와 노동시장 불평등: 보건의료노조의 노동시장 정책 분석

정이환·이주호

  

2017. 02.

산별노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노동시장 정책, 정체성, 조직구조

본 논문은 전국보건의료노조에 대한 사례연구를 통해 한국 산별노조의 노동시장 정책, 특히 노동 시장 불평등에 대한 정책을 분석했다. 이론틀로는 스웬슨의 임금정책의 3중 딜레마(trilemma) 시 각을 원용하되, 딜레마의 불가피성보다는 선택 가능성을 중시했다. 정책선택을 설명하는 변수로 노조의 집단적 정체성과 조직구조를 설정했다. 노동시장 균등화라는 관점에서 볼 때 보건의료 노 동시장 정책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산업수준에서 임금·근로조건을 통일 하기 위한 정책은 거의 추진되지 못했다. 이에 해당하는 정책이 산별 최저임금이지만 그것의 실 제 효과는 미약했다. 둘째, 임금·노동조건의 평준화보다는 극대화가 우선적 목표였다. 셋째, 정 규·비정규 노동자 간의 격차 축소를 위한 활동은 적극적으로 추진되었으나 그 대상은 직접고용 임시직에 국한되었다. 이런 특징이 나타난 배경에 대해 선행연구들은 조합원의 실리주의와 기업 별 의식을 중시했으나 본 연구는 노조의 정체성과 조직구조를 중시했다. 보건의료노조의 민주노 조로서의 정체성과 산별노조로서의 정체성, 그리고 조직구조의 분권적 성격이 각각 노동시장 정 책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민주노조 정체성의 현장중심주의와 투쟁 중시 성향은 임금평준화 정책 시행을 저해했다.

7 복학왕의 사회학: 지방대생의 이야기에 대한 서사분석

최종렬

  

2017. 02.

청년 세대, 김홍중, 지방대생, 서사분석, 문화화용론, 집단 스타일

이 글은 김홍중의 생존주의 청년 세대 테제를 ‘복학왕’으로 대표되는 지방대생이 들려주는 이야기 를 통해 경험적으로 따져본다. 먼저 김홍중이 이론적으로 기대고 있는 푸코의 (탈)구조주의적 입 장을 보완하기 위해 자기계발 담론을 공적 상징체계로 정의하고 이를 활용하는 행위자의 능력을 강조하는 문화화용론을 새로운 방법론으로 도입한다. 이어 6명의 지방대생의 이야기에 대한 서 사분석을 통해 그들이 활용하는 공적 상징체계를 가치, 규범, 목표 차원에서 해석학적으로 재구 성하고 이를 김홍중의 생존주의 청년 세대의 마음의 코드와 견주어 본다. 마지막으로 신자유주의 적 통치성이 지방대생에게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리고, 이를 자기계발 담론이라는 공적 상징체계를 활용하는 지방대생의 독특한 집단 스타일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8 후기근대의 2중운동과 한국사회

김상준

  

2017. 02.

후기근대, 근대 세계사의 세 단계, 후기근대의 되감기와 상전이, 후기근대의 2중운동

후기근대란 근대 세계사의 제3단계를 말한다. 근대의 세계사는 초기근대에서 시작되어 서구 패 권이 지배했던 서구주도근대를 경과하여 이제 제3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후기근대란 서구의 세 계지배 기획이 정점에 도달한 이후, 지배의 대상이 되었던 세계가 근대의 역사를 되감는 시간이 다. 그것은 단순히 뒤떨어졌던 쪽의 따라잡기(catch-up) 현상이 아니라 세계전체의 변화과정이 다. 되감기란 이러한 질적 변동 과정에서 반드시 수반되는 이력현상(hysteresis), 즉 변화방향이 역진하는 과정을 말한다. 그러나 후기근대의 되감기는 단순한 회귀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전이(phase transition), 또는 임계전이(critical transition) 현상을 동반하는 질적 변동 과정이 다. 따라서 후기근대의 되감기 현상은 진정 ‘후기’근대적 현상들 즉, 근대의 최후 변형 과정이라 할 여러 현상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 글은 아울러 후기근대의 2중운동이 한국사회에 어떤 방식으 로 관철되고 있는지 살펴본다.

9 From Morality to Commodity:A Comparative Analysis of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in Japan and Korea

Sang Min Lee

  

2017. 02.

CSR, gift exchange, conspicuous consumption, fictitious commodities,Japan, Korea

This study aims to understand how CSR is defined in Japan and Korea, both in terms of its conceptualization and the guiding rationale and factors that influence its formation. This study utilized economic sociology perspectives in order to explain the nature of CSR in Japan and Korea in terms of gift exchange, conspicuous consumption, and fictitious commodities. Comparative study of institutional arrangements and CSR in Japan and Korea reveals that although these two countries may share similar historical backgrounds with regard to industrialization, the form and function of their CSR institutional arrangements may differ in terms of how businesses adopt and respond to them: in Japan, companies have tried to implement strategic CSR as a means of gaining profit (based on the logic of commodity), while in Korea, companies remain in a stage of a conspicuous CSR consumption for the sake of legitimacy.

10 한완상과 비판사회학의 형성

정수복

  

2017. 02.

한국사회학, 한완상, 비판사회학, 민중사회학, 사회의사, 사회학적 인간관

냉전분단체제하에서 시작된 한국의 사회학은 비판적 성격을 갖기 어려웠다. 이상백에서 이만갑 을 거쳐 김경동으로 이어진 주류사회학의 흐름과 달리 비판사회학의 줄기는 분명하지 않다. 최문 환, 이효재, 황성모의 사회학에도 비판사회학의 요소가 들어 있지만 이 글은 한완상의 사회학을 한국 비판사회학의 출발점으로 본다. 한완상은 1970년대 유신체제에 저항하여 민주화운동을 하 는 과정에서 ‘민중사회학’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비판사회학의 지평을 열었다. 이 글은 먼저 한완 상의 비판적 문제의식의 형성과정을 살펴본 다음 그의 비판사회학을 사회학적 인간관 비판, 연구 방법, 현대사 인식, 민중과 지식인의 사회학, 시민사회론으로 나누어 정리한다. 이어서 ‘사회의사’ 로서 그가 행한 사회적 실천을 살펴본 다음 끝으로 그의 비판사회학을 비판적으로 계승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11 최문환과 한국 사회학의 문제틀:민족주의와 자본주의를 넘어

정일준

  

2017. 02.

최문환, 한국사회학, 전통적 공공사회학, 베버, 민족주의, 옆으로부터의 혁명

최문환은 한국 사회학 건설기의 1세대 사회학자로서 1950년부터 1961년까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로 재직했다. 제 3, 4대 한국 사회학회 회장도 역임했다. 이후 서울대 상대교수 및 학장(1961-1966) 을 거쳐 제10대 서울대총장(1966-1970)을 지냈다. 그는 사회학자였지만 사회학자이지만은 않았 다. 이 글에서는 먼저 최문환의 일본 유학시절을 돌아보고, 월러스틴의 사회과학 분과와 연구영 역에 대한 분류와 부라보이의 공공사회학 논의를 기반으로 그의 사회학을 자리매김한다. 둘째, 그의 사회학을 사회사상(민족주의)과 베버연구(자본주의)로 나누어 구체적 내용을 고찰한다. 셋 째, 시기별로 대학안팎의 활동을 정리하면서 전문사회학자를 넘어서 비판사회학자, 정책사회학자 그리고 전통적 공공사회학자로서의 다양한 면모를 제시하고자 한다. 최문환이 한국 사회학에 끼친 가장 큰 공헌은 ‘한국’ 사회학의 문제틀을 제시한 것이다. 이상백이 분과학문으로서 사회학의 뿌리를 내렸다면, 최문환은 한국사회가 당면한 과제를 정면으로 응시 하면서 한국 사회학의 문제의식이라는 씨앗을 뿌렸다. 그는 베버를 통해 한국 사회를 조망하는 문제틀을 제시하고자 했다. 그리고 베버와 마찬가지로 자기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회적 과제를 피하지 않았다. 이 점이 그를 사회학자이면서 동시에 사회학을 넘어선 활동에 나서게 만들었다.

12 일제 말기 한 젊은 사회학자의 초상:신진균론(1)

김필동

  

2017. 02.

신진균, 동경제국대학 사회학과, 토다 테이조(戶田貞三), 일본사회학회, 실증주의,사회학, 맑스주의 사회학, 명륜전문학교, 촌락·가족 연구

신진균(申鎭均)은 1913년 경북 영해의 평범한 유림 가문의 아들로 태어났다. 지주이자 청년·교 육 운동가였던 부친(申命燮)은 아들의 중등 교육을 위해 집을 대구로 옮겼으며, 대학 교육을 위해 그를 일본에 유학시켰다. 제5고등학교를 거쳐 1937년 동경제국대학 문학부 사회학과에 입학한 신진균은 1940년 대학원에 진학했으며, 1941년 5월 조선으로 돌아와 명륜전문학교의 교수가 되 었다. 신진균은 대학원 학생과 전문학교 교수로 재직하는 수년간 매우 활발한 연구활동을 전개했으며, 교수와 동료들로부터 공히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기간 동안 신진균은 일본사회학회에서 3편의 연구발표를 했고, 학회지에 7편의 서평을 기고했으며, 한 권의 번역서를 출판했다. 그의 연구는 조선의 촌락과 가족(친족) 연구에 초점을 둔 것이었는데, 실증적 연구를 중시하는 특징이 있었다. 이는 동경제대 사회학과의 학풍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론적인 관점에서 보면, 학부 졸업논문은 맑스주의에 경도되어 있었지만, 조선에 돌아온 이후의 연구는 기능주의에 접근하는 모습을 보였 으며, 방법론적으로는 사례연구와 역사적 연구로 초점이 옮겨갔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그의 연구에는 이론적·방법론적으로 융통성이 있었고, 아카데믹한 연구 지향이 뚜렷했으며, 그런 가 운데 조선의 역사와 현실에 적합한 사회학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었다. 신진균은 1945년 해방 직후의 시점에서 보면 사회학 분야에서 가장 준비된 연구자이자 교육자의 한 사람이었다. 또한 1946년 전반기에는 진보적인 교육·문화 운동에 매우 활발하게 참여했다. 그런 그가 다소 돌발적인 사건으로 영어(囹圄)의 몸이 되어 남한에서 더 이상 학자 및 교수로서의 삶을 살 수 없게 된 것은 개인의 불행일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학계로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 었다. 이후 그의 삶은 완전히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